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통과에 부쳐
더 이상 노동존중을 말하지 말라!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벌법은 번개처럼 처리했다. 시대적 과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자 다수 여당의 독자적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어찌 그리 다른가. 이것은 시대적 과제가 아닌가? 안전한 사회, 안전한 일터는 핵심 국정과제가 아닌가?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인가? 생색만 내고 껍데기만 남긴, 누더기 법안을 만드는 데는 야당의 공조가 필수적이었는가? 정부 안에 옳다구나 대놓고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은 뭐라도 한 것 같은가? 결국은 정부와 여야 모두가 공범이다.
발주처와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하청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일은 시키는데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면 누가 그 법을 두려워하겠는가. 뭐하러 나서 안전비용을 투자하고 설비를 하겠는가. 중대재해는 막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서 죽고 다치는 사고이다. 그걸 해라고 법을 만드는 데 강제하지 못한다면 뭐하러 만드는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제외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이 작더라도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인 필요한지 살폈어야 했다. 그래서 정부가 그것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해야 했다. 그러면 노동자도, 사용자도 모두 반길 일이다. 그런데 제외하였다. 가장 보호가 절실한 이들에게만 보호망이 없도록 만드는,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는가!
노동철학 부재에서 비롯된 사회적 귀결이다. 설마 했으나 역시나였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살아남은 유가족들에게, 투쟁했던 노동자들에게, 소망하고 기도했던 시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존중을 말하지 말라.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하지 말라. 공정을 말하지 말라. 정의를 논하지 말라.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법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연대와 투쟁으로 지켜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온전히 대접 받고 보호 받지 못하는, 작업 사업장 노동자들의, 위험 작업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함께 할 것이다. 권력자, 가진 자,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맞서 우리는 함께 싸울 것이다.
2020년 1월 8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